학관 권응인이 차운하여 화답하였는데 다시 두 수의 절구와 한 수의 율시에 차운하다〔次權學官應仁見和 復次二絶一律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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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관 권응인이 차운하여 화답하였는데 다시 두 수의 절구와 한 수의 율시에 차운하다〔次權學官應仁見和 復次二絶一律〕
십년 만에 멀리서 동갑 편지 대하니 / 十載庚朋對遠牋
시편과 글씨가 모두 다 아름답네 / 烏絲彩筆兩爭姸
노쇠한 나와 달리 그대 예에 노닐어 / 知君游藝非衰我
한묵의 마당에서 신선과 짝하리라 / 翰墨場中伴老仙
세월을 잡아두라 상제께 편지를 보내려도 / 欲繫流光寄帝牋
객지서 세월 보내 늘 고울 수 없게 되었네 / 年華客寓不長姸
벼슬 그만두니 비 듣는 섬돌에 안개 짙어 / 圭摧雨砌濃煙葉
숲속의 노인이 신선으로 변하리라 / 鬢老風林蛻骨仙
골짝 가득 솔 그늘이 걷히지 않아 / 滿壑松陰撥不開
맑은 소리 들으며 춤추고 배회했나 / 幾聞淸籟舞徘徊
사시사철 높은 산이 처마 앞에 펼쳐지고 / 四時山簇當簷展
한밤중에 샘물 소리 난간을 휘감겠지 / 半夜泉絃遶檻回
시세계는 눈길 따라 구름 너머로 가고 / 詩界眼隨雲外去
독서 소리 바람결에 달 가에서 들리리 / 書聲風送月邊來
어느 해에 다시금 홍류동 방문하여 / 何年更訪紅流洞
신을 신고 이끼 낀 옛 길 먼저 찾을까 / 謝屐先尋古徑苔
권학관은 호가 송계인데 시 지어주기를 청하였기에 말한 것이다. 위는 ‘가야산에서 돌아오는 길’을 읊은 것이다.
[주-D001] 시편과 글씨 : 오사(烏絲)는 검은 괘선을 그은 비단종이로, 여기에 주로 시를 썼다. 여기서는 오사에 쓴 시편을 말한다. 채필(彩筆)은 오채필(五彩筆)로, 남조(南朝) 때 강엄(江淹)이 꿈속에서 곽박(郭璞)에게 오채필을 돌려 준 뒤에는 좋은 글이 나오지 않았다는 고사가 있다. 여기서는 권응인의 멋진 글씨를 표현한 것이다.
[주-D002] 예(藝)에 노닐어 : 《논어》 〈술이(述而)〉에 “도에 뜻을 두고, 덕을 굳게 지키며, 인에 의지하고, 예에서 노닐어야 한다.〔志於道, 據於德, 依於仁, 游於藝.〕”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.
[주-D003] 벼슬 그만두니 : 원문의 규최(圭摧)는 벼슬을 그만둔다는 의미이다.
[주-D004] 홍류동(紅流洞) : 홍류동천(紅流洞天)이라고도 하는데, 가야산 입구에서 해인사까지 이르는 10리의 계곡을 말한다.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든 단풍이 맑은 계곡물에 비춰 흐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.
[주-D005] 신 : 원문의 사극(謝屐)은 사공극(謝公屐)의 준말로, 등산용 신발을 말한다. 남조(南朝) 송(宋)나라의 시인 사영운(謝靈運)이 산을 오를 때에는 나막신〔屐〕의 앞굽을 떼고, 산을 내려올 때에는 뒷굽을 떼어 걷기에 편리하도록 했다는 고사가 있다. 《宋書 卷67 謝靈運列傳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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