유거. 절구 5수. 이퇴계가 민서경의 한가한 걸상을 읊은 시에 차운하다〔幽居 五絶 次李退溪賦閔筮卿閒榻〕 말미의 절구 4수는 네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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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거. 절구 5수. 이퇴계가 민서경의 한가한 걸상을 읊은 시에 차운하다〔幽居 五絶 次李退溪賦閔筮卿閒榻〕 말미의 절구 4수는 네 계절의 풍경을 읊은 것이다.
풍진 속의 신세라 고달프게 떠돌다가 / 風塵身世苦漂淪
한가한 땅 빌려서 이곳에서 살려 하네 / 欲借閑田此卜隣
만 겹의 안개는 운곡과 비슷하니 / 萬疊煙霞似雲谷
서당 열면 글 읽는 사람들 이르겠지 / 開堂宜著讀書人
청산에 안개 끼어 혼륜과 같은데 / 霧滃靑巒似渾淪
붉은 비단 펼친 듯 꽃 매우 화려하네 / 花張紅錦侈芳隣
홀로 술 마시고 봄날에 낮잠 자니 / 孤㪺混沌眠春晝
자유로운 산새들이 사람을 깨우네 / 自在幽禽喚起人
봄〔春〕
숲속의 초가가 깊은 못에 비쳤는데 / 林間茅舍浸淵淪
대숲의 맑은 바람 책상으로 불어오네 / 暑榻風淸過竹隣
농부 만나서 두곡을 얘기하나니 / 邂逅田夫談杜曲
농사짓는 한가한 사람 되어도 괜찮네 / 未妨農▩作閒人
여름〔夏〕
산에는 단풍 들고 계곡에는 물 맑은데 / 山回楓錦水淸淪
술이 익고 물고기 살져 이웃을 불렀네 / 釀熟魚肥會比隣
한 골짝의 풍류가 마음에 흡족하니 / 一壑風流誇得意
몸은 고달파도 벼슬아치 웃는다네 / 勞形應笑宦遊人
가을〔秋〕
깊숙한 산중이라 짧은 해 빨리 지니 / 深山短景覺先淪
여러 봉이 빙 둘러 이웃이 되었네 / 群玉峯回作四隣
길 가득 눈이 쌓여 인적 끊어져도 / 滿路瓊瑤人迹斷
매화나무 옆에는 시인이 있으리라 / 梅邊會有覓詩人
겨울〔冬〕
[주-D001] 민서경(閔筮卿) : 민시원(閔蓍元)으로, 서경의 그의 자이다. 본관은 여흥(驪興)이다. 이황의 큰 형인 충순위 이잠(李潛)의 사위이다. 1537년(중종32) 생원시에 합격하였다.
[주-D002] 운곡(雲谷) : 중국 복건성(福建省) 건양현(建陽縣) 서북 70리에 위치한 노봉(蘆峯)으로, 주자가 그곳에 회암초당(晦庵草堂)을 짓고 글을 읽으면서 산 이름을 운곡이라 고쳤다.
[주-D003] 혼륜(渾淪) : 우주가 형성되기 이전, 만물이 뒤섞여 있어 나누어지지 않은 상태로 하늘과 땅이 개벽되기 이전의 원초를 가리킨다.
[주-D004] 두곡(杜曲) : 중국 장안(長安) 동남쪽에 있는 지명으로, 당(唐)나라 때 명문대가인 두씨(杜氏)가 대대로 자리 잡아 살던 곳이다. 두보의 〈곡강(曲江)〉 시에 “하늘에 묻지 않고 내 삶을 결정했는데, 두곡에는 다행히 뽕밭과 삼밭 있네.〔自斷此生休問天, 杜曲幸有桑麻田.〕”라고 하였다. 이는 곧 벼슬을 그만두고 전원(田園)으로 돌아가 사는 것을 의미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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