선인암 시에 차운하다〔次仙人巖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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선인암 시에 차운하다〔次仙人巖〕
강가에는 가파르게 죽순봉이 솟아있고 / 江上巉巉抽亂笋
강심에는 또렷하게 작은 구멍 남아있네 / 江心了了留沙眼
갈매기가 잠에서 깨 사장에서 날아오르고 / 鷗驚寒夢起圓沙
물고기가 마름에서 뻐금거려 부들이 움직이네 / 魚嚔靑菱動蒲簡
바라보니 마을에 안개 끼어 위아래가 자욱한데 / 煙村回望鬱高下
마름 끝 맑은 바람이 불어 게으른 날 일으키네 / 蘋末淸吹起余懶
풍광은 서울에 가까워 아름답고 / 風光漸近玉京佳
눈앞의 물색은 분간할 수 없다네 / 滿前物色無可揀
자리는 염계처럼 단란한 봄이고 / 坐上濂溪一團春
풍월은 가슴에 가득 차 마음 편안하네 / 風月滿懷胸坦坦
은천의 재자들이 옛 누각에 의지하니 / 銀川才子舊倚樓
달을 품은 신선처럼 주옥편이 가득하네 / 懷月小仙珠璣滿
풍진 세상 백대에 한바탕 멋진 유람했으나 / 風塵百世一勝遊
시 지음에 재주 부족한 것이 부끄럽네 / 愧我寒吟襪線短
어찌하면 벼슬 그만두고 안개 낀 물가에서 / 安得抽簪老煙渚
분분한 시비에 전혀 관여하지 않게 될까 / 紛紛是非都不管
이때 사문 주이(周怡)와 상사 조진(趙軫)도 함께 배를 타고 갔다.
[주-D001] 작은 구멍 : 사안(沙眼)은 바위에서 모래가 떨어져 나가 생긴 작은 구멍을 일컫는 말이다.
[주-D002] 서울 : 옥경(玉京)은 도성, 곧 서울을 가리킨다.
[주-D003] 염계(濂溪) : 송나라 유학자 주돈이(周敦頤)가 살던 곳으로, 산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. 주돈이는 이곳의 명칭을 따서 자신의 호를 삼았다.
[주-D004] 은천의 …… 가득하네 : 은천(銀川)은 배천〔白川〕의 다른 명칭으로, 은(銀)이 백색이므로 이렇게 칭한 것이다. 달뜨는 날이면 누각에 올라 이백(李白)처럼 시를 많이 지었다는 말이다.
[주-D005] 재주 부족한 것 : 원문의 말선단(襪線短)은 재주가 짧은 것을 뜻한다. 촉(蜀)나라 한소(韓昭)가 금기서화(琴棋書畵)를 두루 섭렵했는데, 이태하(李台瑕)가 말하기를 “한씨의 재주는 버선을 풀어 놓은 실오리 같아 하나도 긴 것이 없다.”라고 하였다 한다.
[주-D006] 주이(周怡) : 1515~1564. 본관은 상산(商山), 자는 사안(士安), 호는 이요당(二樂堂)이다. 1546년(명종1) 증광문과에 급제하여 예안현감을 거쳐 강원도ㆍ평안도ㆍ충청도사를 역임하였다. 학문은 《효경》 《가례》를 표준으로 하였고, 타고난 성품과 거동이 훌륭하여 신선 같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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