공릉의 벽 위에 있는 시에 차운하다〔次恭陵壁上韻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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공릉의 벽 위에 있는 시에 차운하다〔次恭陵壁上韻〕
우물가 오동잎 떨어지는 가을 소리에 / 一片秋聲碎井桐
쓸쓸한 포류는 슬픈 모습 짓는구나 / 蕭蕭蒲柳著愁容
빈산엔 세모에도 벗이 없는데 / 空山歲暮無知己
한밤중에 천 길 솔바람이 불어오네 / 千尺松吟半夜風
빈산 두견새는 피 토하며 무슨 슬픔 호소하나 / 空山啼血訴何哀
파산에서 이별한 뒤 오래도록 못 돌아감이네 / 一別巴山久未廻
외로운 길손 시름도 오히려 너와 같아 / 孤客有愁還似爾
흰 구름 이는 고향을 꿈속에 돌아가네 / 白雲鄕國夢歸來
[주-D001] 공릉(恭陵) : 예종(睿宗)의 비(妃) 장순 왕후(章順王后) 한씨(韓氏)의 능이다. 파주(坡州) 남쪽 보시동(普施洞), 곧 지금의 파주군 조리면(條里面) 장곡리(獐谷里)에 있다.
[주-D002] 포류(蒲柳) : 물버들인데 어느 것보다 먼저 잎이 지는 까닭에 조쇠(早衰)한 계절에 비유하였다. 《진서(晉書)》 권77 〈고열지열전(顧悅之列傳)〉에 “열지는 간문제(簡文帝)와 동갑이었는데 머리카락이 일찍 세자 간문제가 그 이유를 물었다. 열지는 대답하기를 ‘송백(松柏)의 자질은 추위를 겪어도 오히려 무성하고, 포류(蒲柳)의 기질은 가을만 바라보아도 먼저 집니다.’라고 하였다.” 하였다.
[주-D003] 파산(巴山)에서 …… 돌아감이네 : 2구는 두견새가 파산에서 피울음을 토하며 우는 것은 자기가 떠나온 곳을 오래도록 돌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슬퍼한다는 뜻이다. 파산은 섬서성(陝西省)에 있는 산 이름인데 여기서는 촉(蜀) 땅이라는 의미로 쓰였다. 왕위를 내놓고 도망갔던 촉나라 망제(望帝) 두우(杜宇)의 혼백이 화하여 두견새가 되었는데, 항상 한밤중에 ‘불여귀(不如歸)’라고 하는 듯한 소리로 몹시 처절하게 운다고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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