금계집 외집 제3권 / 시(詩) 퇴계가 보내준 시에 차운하다〔次退溪見寄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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금계집 외집 제3권 / 시(詩)
퇴계가 보내준 시에 차운하다〔次退溪見寄〕
천 리 구름 속 기러기가 소식 전해오니 / 千里雲鴻遠寄聲
동지라 양기 동하여 눈이 막 개이네 / 日南陽動雪初晴
마음 전한 서신 기쁘게 보고서 / 喜看翰墨傳心印
국화 같은 풍도를 멀리서 그려보네 / 遙想風流付菊英
옛날 안씨의 배움을 가슴에 새겼고 / 千古服膺顔氏學
일생동안 백이의 청렴을 지조 삼으셨네 / 一生堅節伯夷淸
세간에선 벼슬을 지나치게 다투어도 / 塵間冠蓋爭蓬勃
높은 명성 거두시고 홀로 우뚝하시네 / 收取高名獨遠征
서리 맞은 대 바람에 서걱이며 시내에 비치고 / 霜竹映溪風浙瀝
눈 덮인 산은 옥처럼 우뚝하게 난간 앞에 섰네 / 雪山當檻玉嶒峩
세한의 기미가 참으로 기특하고 상쾌하여 / 歲寒氣味眞奇爽
안개와 꽃이 눈에 가득한 것보다 더 좋다네 / 絶勝煙花滿眼多
무지개 빛이 붓을 꿰자 삼강이 마르고 / 虹光貫筆三江渴
태산이 가슴에 서리자 만 길로 우뚝하네 / 泰岳蟠胸萬丈峩
임금을 잘 보좌하고 남은 빛을 발하여 / 斧藻舜裳餘彩發
아름다운 시구를 우통 가득 보내주셨네 / 郵筒佳句辦多多
평생 경전을 연구하여 경륜도 크거니와 / 平生稽古經綸大
지척에 훌륭한 선비 있어 전각이 우뚝하네 / 咫尺隆儒殿閣峩
문성이 북극성을 둘러 있어 이미 기쁘니 / 已喜文星環北極
옛 뜻 품고 돌아갈 꿈꾼다 말하지 마소 / 休論懷舊夢歸多
나이 들어 돌아보니 학문 속되어 부끄럽고 / 回首晩來慙學俗
반평생이 지나도록 관만 우뚝하여 부끄럽네 / 半生過了愧冠峩
훈고 깊이 연구해도 얕은 견문 싫어져 / 鑽硏訓詁猶嫌陋
홀로 경서 대하여 한없이 탄식하였네 / 獨對遺經感歎多
대밭 너머 외로운 가지 물가에 심었으니 / 竹外孤枝傍水栽
매화가 기다렸다가 좋은 시를 재촉하네 / 瓊華要待好詩催
좋은 시구 때로 펼쳐 바람 앞에 읽노라면 / 時披秀句風前讀
응당 포선이 환골한 듯 기뻐하겠네 / 應喜逋仙換骨來
[주-D001] 동지(冬至)라 양기 동하여 : 원문의 일남(日南)은 ‘일남지(日南至)’의 준말로 동지의 별칭이다. 동지에 양기(陽氣)가 처음으로 발동하기 때문에 동지를 일양(一陽)이라고도 한다. 《주역》 〈복괘(復卦) 소(疏)〉에 “동지에 양 하나가 생기니, 이는 양은 움직여서 용사하고 음은 고요함으로 돌아가는 것이다.〔冬至一陽生 是陽動用而陰復於靜也〕”라고 하였다.
[주-D002] 안씨(顔氏)의 배움 : 안씨는 공자의 제자 안회(顔回)로, 그의 삶의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다. 그는 안빈낙도(安貧樂道)하는 생활로 스승인 공자로부터 “거의 도에 가깝다.”라는 극찬을 받았다. 《論語 雍也》
[주-D003] 백이(伯夷)의 청렴 : 백이와 숙제(叔齊)는 고죽군(孤竹君)의 두 아들로, 주(周)나라 무왕(武王)이 은(殷)나라를 정벌하자 형제가 함께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(首陽山)에 숨어 고사리를 캐 먹고 살다가 굶어 죽었다. 맹자가 일찍이 “백이는 성인 가운데 맑은 덕을 지닌 분이다.〔伯夷 聖之淸者也〕”라고 하였다. 《孟子 萬章下》
[주-D004] 세한(歲寒)의 기미 : 《논어》 〈자한(子罕)〉에 공자가 “날씨가 추워진〔歲寒〕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.”라고 한 데서 온 말로, 곤궁한 처지나 난세(亂世)에 지조를 잃지 않는 군자(君子)의 자태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. 여기서는 대나무의 모습을 의미하고 있다.
[주-D005] 삼강(三江) : 《서경》 〈우공 채전(禹貢蔡傳)〉에는 누강(婁江)ㆍ동강(東江)ㆍ송강(松江)을 삼강으로 보았고, 송(宋)나라 소식(蘇軾)은 민산강(岷山江)ㆍ파총강(嶓冢江)ㆍ예장강(豫章江)을 삼강으로 보았다. 이 밖에도 여러 설이 있다. 우리나라에서는 한강(漢江)을 구분하여 부르는 이름으로 쓰였는데 한강ㆍ용산강(龍山江)ㆍ서강(西江)이 그것이다. 남산(南山) 남쪽 일대 노량(鷺梁)까지를 한강, 남산 서쪽 마포(麻浦)까지를 용산강, 용산강의 하류 양화도(楊花渡) 일대를 서강이라 했다.
[주-D006] 우통(郵筒) : 우역(郵驛)을 통해 문서를 전달하는 죽통(竹筒)을 말한다.
[주-D007] 문성(文星)이 …… 있어 : 문성은 문운(文運)을 주관한다는 문창성(文昌星) 혹은 문곡성(文曲星)으로 문재(文才)가 뛰어난 인사를 비유하는 말인데, 여기서는 퇴계를 지칭한다. 북두성은 전하여 대궐 또는 제왕을 가리킨다. 이 대목은 문신으로서 임금을 가까이서 모시고 있음을 의미한다.
[주-D008] 포선(逋仙) : 송(宋)의 은자 임포(林逋)를 가리킨다. 그는 벼슬을 하지 않고 은둔하였는데, 후일 항주(杭州)로 돌아와 서호(西湖)의 고산(孤山)에 집을 짓고 사니 사람들이 고산처사(孤山處士)라 불렀다. 특히 매화를 좋아하여 “매화로 아내를 삼고 학(鶴)으로 자식을 삼았다.”라는 말이 전한다. 《宋史 卷457 隱逸列傳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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